고안: 세계관
게임의 세계관은 아주 방대한 개념입니다. 각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스튜디오와 팀에 따라 세계관 작업 방식은 천차만별이며, 세계관과 게임 중 무엇이 먼저냐에 따라 달라질 때도 잦죠.
저희는 게임과 세계관을 처음부터 함께 개발했습니다. 따라서 저희 세계관은 작가 한 명이 단독으로 창조한 것이 아닌, 게임 디자이너, 각본가, 퍼블리셔, 아트 디자이너 등 팀 전체가 합심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마치 루빅 큐브를 맞추듯, 게임플레이라는 핵심을 중심으로 다양한 면면을 이리저리 돌려보았죠.
게임플레이 및 설정
이 게임을 처음으로 실행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무엇을 보게 될까요?
어깨에 칼날을 단 키 8미터의 강철 병사가 키 6미터에 무게 48톤의 강철 곰에게 포화를 퍼붓고, 간간이 둘 사이의 화망에 걸린 드론들이 터져나가는 광경이겠죠(물론 집과 자동차, 주유소 등 주위의 온갖 지형지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 무대인 지구는 황폐해져 사람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여러 궁금증이 생기겠죠. 이게 무슨 상황이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람들은 다 어디 있나? 이게 몇 년도지? 이 병사는 누구고, 왜 곰처럼 생긴 기계가 있지? 화면의 모든 오브젝트 뒤에는 특정한 문제의 해결책이 있고, 이 해결책들이 게임의 설정을 형성합니다.
헌터의 탄생 배경
초기 구상은 강력하고 맷집 좋은 캐릭터가 나오는 슈팅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막강한 공세를 버텨낼 법한 대상이 많지 않았습니다. 소수 기계나 건물, 중장갑 차량 정도가 다였죠. 여러 방안을 검토한 끝에, 마침내 거대 로봇으로 방향을 잡았고, 초기에는 이를 "메크"라는 용어로 지칭했습니다.
다른 건 다 마음에 들었지만, 문제는 "메크" 그 자체였습니다. 메크는 생명도, 인간미도 없으니 말입니다. 이미 내부 플레이테스트 때부터 저희 팀은 사람과 밀접하게 연결된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그걸 구현할 방법이 문제였죠. 메크를 조종하는 파일럿을 추가할까? 그렇다면 파일럿의 위치는 내부인가, 외부인가? 내부라면 플레이어는 메크가 아닌 파일럿이 되는데, 그러면 메크 자체는 다시 생명이 없어지는 셈이었죠. 파일럿이 클라우드 센터 같은 외부 장소에서 기계를 통해 메크와 연결한다면("매트릭스" 영화처럼), 플레이어가 몰입할 대상이 애매해지게 됩니다. 우리가 화면에서 보는, 우리가 실제로 조종하는 캐릭터에 인격을 부여해야 했습니다. 본인만의 생각과 경험, 감정이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는데, 당시에는 이를 게임의 세계관에 맞게 풀어낼 뾰족한 수가 없었죠.
캐릭터 규모
캐릭터 외에 규모와 지역 부문의 작업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플레이어가 8미터짜리 거대 로봇이 되었음을 실감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머나먼 우주"의 전투는 폐기하고 지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자동차, 건물, 다리 등 플레이어가 평소 익숙하게 접해서 크기를 체감되는 것들로 가득한 환경이었죠. 매일 보는 것들인 만큼, 그 사이에 서 있는 캐릭터의 크기가 바로 와 닿을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요?
무대를 다시 지구로 돌려놓으니,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초기 목표가 대등한 크기의 상대와 싸우는 게임이었으니, 사람은 그 콘셉트와 잘 맞지 않았습니다. 결국, 게임플레이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뭔가 무시무시한 일이 발생하여 사람들이 모두 지하로 숨었거나 지구를 떠나야 했습니다. 인류와 모든 생명체가 전멸하는 시나리오는 애초에 배제했습니다. 어쨌든 계속해서 메크를 만들고, 강화하고, 수리할 사람들은 있어야 했으니까요.
이 부분을 고려하여, 스타폴이 탄생했습니다. 지구 전역에 흩어진 미지의 물질로, 운석 군집에서 나왔죠. 스타폴에 노출되면 급격한 노화를 겪으므로, 사람들은 스타폴을 피해 도망쳐야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가지를 뻗어 나갔죠. 이 물질의 부작용에 면역인 사람들이 나타나고... 이 면역자들이 특정한 조건에 스타폴과 융합하여 자신의 인격과 기억 등을 이식한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이식하여, 마침내 자기 자신이 직접 메크가 된다면?
헌터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보는 거의 모든 것이 이 콘셉트에서 출발했습니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존자들의 전쟁, 기업, 보상과 같은 콘셉트가 잡혔고, "루빅 큐브"의 면면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로드맵
로드맵은 게임의 출발점이 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이 우주에서 발생한 사건들의 전개를 간략하게 정리합니다.
저희의 출발점은 이렇습니다.
"헌터는 8미터 높이의 기계이며, 자신에게 생명을 넘겨준 이의 의식을 물려받는다. 헌터들은 지구에서 전투를 벌이고, 지구는 스타폴이라는 미지의 물질에 뒤덮여 황폐해진 상태이며, 스타폴은 새로운 시대에서 가장 귀중한 자산인 동시에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 치명적이다."
로드맵에는 지금 이 현실을 있게 해준 중요한 사건을 기재합니다. 아마 인류의 역사와 최신 소식을 가장 자주 다루는 곳일 겁니다. 사건을 소개할 때마다 실제 세상이라면 어떻게 반응하고 흘러갈지 상상하죠.
언제나 어느 정도의 현실성은 유지하려고 합니다. 갑자기 내일 외계 종족 네 개가 지구에 도착하고 그 다음 날에 바로 지구가 전투 경기를 위한 장이 된다는 스토리를 짤 수도 있겠지만, 이건 너무 말이 안 되겠죠. 세상은 그렇게 빠르게 돌아가지 않으니까요. 세상은 새로운 상황에 천천히, 그리고 마지못해 순응합니다.
이미 우리는 지구 상의 모든 생명을 파괴해 버릴 수 있는 운석 군집, 소행성, 혜성을 수도 없이 발견해왔습니다. 종말에 관한 예언도 셀 수 없이 많았죠. 따라서 로드맵에 넣을 내용에 참고할 자료는 충분했습니다. 폭동 및 반란 관련 음모론과 정부 벙커부터, 자사의 자산을 지키려는 기업의 행보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으려는 사람들까지 말이죠.
전부 이전부터 있었던 일이고, 특히 최근에는 COVID-19 판데믹 사태까지 있었으니까요. 사람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면 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캐릭터와 사건
기하학에서는, 선을 그으려면 점이 두 개 필요합니다. 저희에겐 이 두 개의 점이 이상적인 헌터의 이미지와 게임플레이에서 헌터의 위치였고, 이를 정하기 위해 서로 다른 수많은 부서가 끊임없이 협력하였습니다.
이야기의 가지도 이 단계부터 뻗어 나갔습니다. 누가 누구에서 무엇을 하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 각 캐릭터의 관계를 표로 정리했습니다. 같은 진영의 헌터라도 서로 반목하거나 각자의 이익을 쫓을 수 있으니까요.
생존자들의 전쟁에 참가한 목적과 동기는 별개입니다. 모든 헌터가 제각기 개인적인 목적에 따라 움직이고, 플레이어 역시 헌터를 고를 때 각 헌터의 이러한 배경과 동기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바람입니다. 하트브레이커는 더 큰 권력을 손에 쥐려 하는 반면, 레이저사이드는 자신을 믿어주는 반란군을 위해 싸웁니다.
세계관의 사건들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내부적으로는 각 사건을 "마이너"나 "메이저"로 구분합니다. 마이너한 사건들은 캐릭터의 개인사로, 해당 캐릭터의 서사나 다른 일부 헌터와의 관계에 영향을 줍니다. 레이저사이드가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헌신하고, 트렌치워커가 미심쩍은 실험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사건들은 세계관에 깊이와 생명을 불어넣으며, 게임 내에서 스킨, 이벤트, 보상 등 여러 특별 콘텐츠를 소개할 기회가 되어줍니다.
메이저한 사건들은 세계관 전체에 영향을 주며, 따라서 모든 헌터에게 영향을 줍니다. 운석 군집의 첫 번째 충돌, 스타폴의 발견, 채굴 길드와 기업의 대립, 생존자들의 전쟁 시작 등은 모두 헌터를 탄생시키고 그 입지를 다져준 세계관의 메이저한 사건들입니다.
생존자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도 몇 가지 메이저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아직 거의 밝히지 않았지만, 이미 이런 사건들을 상당히 많이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는 게임 출시 이후 게임의 주요 추진력이 되어줄 것이며 시즌 업데이트, 이벤트, 스킨, 플레이어 상품 등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저희의 목표는 게임의 세계관을 유지하면서도, 플레이어의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세계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각종 흥미로운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개발 소식을 통해, 헌터 세계관의 여러 매력적인 요소들을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게임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