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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13

제작 과정: 음향

서곡(Overture)

“미래는 어떤 소리로 표현될까?”

2099년을 배경으로 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히어로 슈팅 게임의 사운드 디자인 제작을 담당한 음향 팀은, 음악으로 이 질문에 답하게 되었습니다. 스틸헌터의 사운드트랙은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반영해야 했습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재료와 무기를 위한 “새로운 사운드”를 창조해야 했죠.

하지만 미래적인 소리에 관한 우리의 인식은 우리가 사는 시대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습니다.

기교(Bravura)

1919년, 작곡가 하우어와 쇤베르크는 “12음 기법(dodecaphonic)”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들은 모든 음이 동등하다고 주장하며 겉보기엔 멜로디의 일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강렬한 템포, 기술적인 강조와 매우 불규칙한 클라이맥스로 구성된 난해한 곡을 작곡했습니다. 이 곡들에서는 클래식 악기가 기계적이고 로봇 같은 소리를 냅니다. 이 기법에서 감정은 철저히 배제되죠.

한편 저희 작곡가와 음향 엔지니어들은 미니멀리즘이라는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습니다. 최근 "테넷" 같은 영화를 통해 대중문화에 등장하면서 주목받는 스타일이죠. 미니멀리즘 음악은 청취자에게 반복적인 소리와 리듬을 들려줍니다. 소리의 강도와 타이밍을 변주하고, 미세한 리듬을 추가하거나 제거하면 청취자는 음악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죠. 미니멀리즘 음악은 이미 사람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또 중요한 요소는, 이 음악에서 사용되는 소리와 주파수가 클래식 악기로는 거의 구현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죠.

 

점강(Crescendo)

저희 음향 팀이 새로운 소리를 녹음하려고 환풍구를 기어다니며 온갖 소리를 찾아다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으셨다면, 생각하신 게 맞습니다. 정확히 그렇게 했죠. 약간의 광기는 창의성을 자극하잖아요. 하지만 독특한 접근법에만 의존하지는 않았습니다. 저희는 클래식 교육을 받은 뮤지션, 다양한 악기 및 신시사이저를 동원하여, 철저한 실험 정신으로 무장한 채 작업했습니다. 그 결과, 고대와 현대가 조화롭게 결합한 음악이 탄생했죠. 스틸헌터에서는 주즈하프 같은 전통 악기와 LYRA-8이나 PULSAR-23 같은 신시사이저가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두 가지 신시사이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선 LYRA-8은 유기적인 소리를 폭넓게 만들어내는데, 이 악기를 정확히 다룰 줄 모른다면 재현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소리도 있습니다. 반면 PULSAR-23은 악기 구성을 추가할 수 있는 더 단순한 신시사이저죠.

품위 있는 음악 마스터는 모든 도구를 마음껏 활용하여, “사이드체이닝(sidechaining)”이나 덕킹(ducking)” 같은 기법으로 복잡하게 뒤엉킨 소리 사이에서도 명료함과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사이드체이닝과 덕킹은 모두 특정 도미노 효과를 만들어내는 기법으로, 다른 오디오 신호와 상호 작용하는 오디오 신호를 생성하여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리를 유발합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미치면,  인간의 "행복 호르몬"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열정(Appassionata)

게임 음악의 감성적 접근 방식을 정의한 후, 저희는 이 감성을 플레이어와 더 잘 연결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게임 내 오디오 엔진의 유연성이 중요했습니다. 치열한 전투 중에는 사운드를 강렬하게 고조하여 화면 속 액션을 한층 돋보이게 할 수 있도록 말이죠. "마이크로 리듬"도 추가했습니다. 간결함과 명료함이 저희 미니멀리즘 음악 방식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런 마이크로 리듬을 삽입할 공간이 충분했죠. 마이크로 리듬은 플레이어의 실수를 확인하거나 일이 잘 풀려 승리의 기쁨을 극대화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처럼 헌터들도 자신만의 독특한 오디오 아이덴티티를 부여받았습니다. 전문 성우들의 음성을 더빙했으며, 최종 게임에서 헌터의 개성이라는 인간적인 요소를 확실히 전달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재녹음을 진행 중입니다.

 

마에스트로(Maestro)!

"화가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지만, 음악가는 침묵 위에 그림을 그린다." -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전장에서 첫 마디를 내뱉기 전, 이미 헌터는 스케치, 서사적 요소, 엔진 속 모델 등으로 꽤 오랜 시간 존재감을 발휘해왔습니다. 아마 이름과 능력, 세계관에 어떻게 부합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있겠죠. 헌터의 목소리는 이렇게 정체성이 확립된 후에야 추가됩니다.

 

게임이 생명력을 얻어가는 과정에서, 헌터들은 그 자체로 마치 저희 스틸헌터 팀의 일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렇기에 모든 팀원이 헌터의 대사를 제안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대사가 준비되면, 다양한 에이전시에서 제공하는 방대한 포트폴리오 중에서 성우를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녹음 세션에서는 대본에 있는 모든 대사를 보통 두 번 이상 반복해서 녹음합니다. 성우들은 대사의 다른 부분, 단어, 소리를 강조하도록 디렉팅을 받으며 여러 버전의 음성을 만들어냅니다. 스틸헌터 팀은 녹음을 직접 감독하여 프로젝트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꼼꼼히 검수합니다.

 

강렬(Giocoso)

게임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음악 중 하나가 바로 로비 테마입니다. 주의 깊게 들어보시면, 상대 찾기 단계로 넘어갈 때 음악이 더욱 역동적으로 리믹스 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으실 겁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편안하고 차분한 사운드를 접하고, 이후 게임으로 전환할 때는 서서히 액션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번 테마의 디자인입니다. 작은 예시지만 이를 통해 저희가 게임의 모든 요소를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는지,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전해지길 희망합니다.

이후에는 전투가 달아오를수록 음악도 점점 격해집니다. 전투가 치열할수록 음악이 더 강렬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전투 중에는 더 많은 일이 일어난답니다. 다음에 스틸헌터를 플레이할 때 이를 캐치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아시다시피 스틸헌터의 각 맵에는 디노랜드나 발사대처럼 그 맵을 정의하는 랜드마크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형 변화, 위치, 높이 및 음향 역학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요소를 포착하여 각 환경에 맞는 독특한 앰비언스를 개발했습니다.

또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소리가 게임 내에서 이동하는 방식을 구현하여, 거리에 따라 소리도 점차 지연되는 정교한 음향 전달 시스템도 만들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소리가 빛보다 훨씬 느린, 약 343m/s의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현실 세계와는 약간 다릅니다. 만약 하트브레이커가 1km 떨어진 곳에서 당신을 공격했다면, 현실에서는 총알이 발사된 후 약 3초 후에야 총성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도 게임 속에서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죠. 사실감과 플레이 가능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 즉, 사실적인 느낌, 형태, 소리를 구현하면서도 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조정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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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chwalker

처음부터 다시(Da Capo)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는 아직 들어본 적 없는 미래의 사운드를 찾기 위해 신시사이저와 독특한 방법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환풍구에서 접촉 마이크로 소리를 녹음했던 것은 저희가 새로운 맵 "침수된 도시(Flooded City)"에서 사용할 사운드를 연구하던 중 이루어진 작업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운드 일부는 공식 사운드트랙에도 들어가게 되었죠. 저희는 스틸헌터에 빛과 깊이를 더하기 위해 모든 음향 요소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로드맵을 수립했습니다. 우선 진정한 몰입형 오디오 경험을 위해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를 구현하는 것부터, 환경의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컨볼루션 리버브(Convolution Reverb)도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사운드를 정교하게 다듬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영화 후반 작업에서 필터나 색 보정을 통해 이미지를 완성하는 것처럼 실제 공간과 소리의 잔향을 더욱 실감 나게 재현해 주죠.

또 모듈형 신시사이저를 활용해 더 실험해 보면서 지금까지 발견한 새로운 사운드의 경계를 확장하고, 이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중입니다.

 

미래지향(Futurissimo)

하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이 글의 서두에서 했던 질문을 떠올려 봅시다. 무엇이 미래적이고, 미래적이지 않은지는 우리가 사는 시대의 영향을 받습니다. 1919년에는 복잡하고 기술적이며, 조화의 경계를 깨뜨리는 것을 미래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그와 반대로, 미니멀리즘이 미래를 상징하죠.

1920년대는 악명 높은 테레민이, 1960년대는 신시사이저 혁명이, 1980년대는 디지털 사운드가 등장했습니다. 요즘 들으면 "아, 이건 20년대, 60년대, 80년대 사운드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요소들이죠.

이는 게임을 출시한 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시대를 앞서 가야 하는 것이 앞으로 저희의 중요한 임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즐겨 하던 게임을 떠올리게 되면 무척이나 행복해지듯, 소리는 감정을 자아냅니다. 얼마 전, 35살이 된 친구와 함께 밤에 도심을 산책한 적이 있습니다. 함께 어린 시절 좋아하던 비디오 게임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내가 16살 때 즐겨 하던 게임이 있었어. 여름 내내 친구 집에 모여서 종일 그 게임만 했던 기억이 나. 말 최고의 시간이었지! 그 놀라운 8비트 사운드트랙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있어. 지금도 그 소리나 그거랑 비슷한 소리를 들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지. 마음이 따뜻해지거든.”

그래요, 바로 그 느낌. 저희가 목표로 하는 게 바로 그겁니다.